반갑습니다. 투자하는 아재입니다. 오늘은 "월가아재의 제2라운드 투자 수업". 6장, 차트 트레이딩 : 알고리즘 시대, 현실적인 차트 활용법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글은 책의 내용에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이 있을 수 있으니 참조 부탁드립니다.
제가 처음으로 주식을 접했던 2005년에는 지금처럼 가치투자가 일반화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기술적 분석이라는 명목하에 차트를 분석하는 투자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저 또한, 주린이 시절 차트에 관련된 책 2권을 읽고, 차트만을 분석하여 투자하는 차티스트였습니다. 저자 또한 학부 시절에는 차티스트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차트를 수면에 비친 무지개와 같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전업으로 차트만을 기반으로 매매하려는 투자자가 있다면, 온 힘을 다해 말리고 싶다고 합니다.
1. 차트 패턴의 본질
- 차트 매매는 시장에서 체결되는 매매 정보에서 추출한 시그널을 이용하여 매매하는 방식을 통칭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매 정보는 언제, 어디서, 무엇이, 얼마나, 얼마에 매매되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즉, 차트 매매는 거래 시간, 거래소, 상품, 거래량, 가격 등의 정보를 추출하여 시그널을 찾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그널들은 캔들스틱 차트나, P&F 차트 등에서 관찰되는 패턴, 추세, 변동성, 모멘텀, 거래량과 관련한 각종 기술적 지표를 통해 찾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차트 매매는 과거 패턴을 분석하고 그 패턴이 미래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합니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패턴이 왜 생기고, 시그널은 어떻게 나오며, 트레이더가 그 시그널을 사용하면서 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단계별 생애주기로 알아보겠습니다.
1단계 : 시장 참여자의 반복적 행동 기제로 인한 패턴 생성
2단계 : 소수 트레이더들의 패턴 인지 -> 패턴 강화
3단계 : 패턴의 과다한 사용 및 대중적 전파 -> 시그널 및 수익 기회의 소멸
4-A단계 : 패턴 사용자가 감소하며 수익 기회의 재생성
4-B단계 : 패턴 소멸
위의 단계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단계. 패턴 생성
- 패턴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요인, 수급, 전략 등에서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차트 패턴에는 이중 바닥(double bottom)이라 불리는 W자형 패턴이 있는데 이를 매수의 기회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W자형 패턴은 하락장에서 최근 저점의 가격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시장 참여자가 '이전 저점으로 가면 사야지'라고 생각하고 실행하기에 그러한 패턴이 생기는 것입니다.
캔들스틱 차트에서 십(十) 자 모양 봉을 도지라 부릅니다. 도지(doji)의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일반적으로 시초가와 종가가 동일하거나 비슷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도지 패턴은 반전의 시그널을 의미합니다. 시초가와 종가가 동일하게 끝났다는 것은 혼조세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상승 추세에서 하락 반전을 한다든가, 하락 추세에서 상승 반등을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입니다.
제로 혹은 더블 제로 효과라는 패턴은 가격이 100달러, 50,000원과 같이 0 또는 00으로 끝나는 곳에서 가격 흐름이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그널을 보여 줍니다. 이러한 패턴은 매수 주문을 넣을 때, 99.7달러나 49,500원처럼 딱 떨어지는 가격을 선호하는 심리적 편향 때문에 생겨납니다.
'큰손'의 매매 전략에서 나오는 패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 단위 자금을 굴리는 거대 연기금이나 헤지펀드가 자신의 주식 매수 포지션을 주가지수 풋옵션으로 헤지를 하는데, 그 풋옵션을 만기 3일 전에 청산하고 다음 달 만기 풋옵션으로 재매수하는 일을 매달 반복한다고 가정하면, 이때 이 상품의 옵션시장에서는 만기 3일 전마다 해당 풋옵션의 대량 매도가 발생하여 가격이 하락하고, 그다음 달 만기 옵션에는 대량 매수가 방생해 가격이 상승하는 패턴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시장 참여자 중 누군가가 이 패턴을 포착했다면, 하루 이른 만기 4일 전마다 만기 옵션을 숏하고 다음 달 옵션을 롱한 채 하루를 기다렸다가 청산하면서 꾸준하게 수익을 얻을 것입니다. 이는 저자가 실제로 시카고옵션거래소 트레이더로 일했을 때 팀원과 했던 트레이트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2단계. 패턴 강화
- 이렇게 생성된 패턴은 일반적으로 금방 변화되거나 소멸됩니다.
그런데 사라지지 않고 여러 해 동안 지속되는 강건한 패턴이 있습니다. 이러한 패턴들은 존재가 서서히 알려지면서 그 패턴이 더욱 강해지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가 2,000까지 내려가면 무조건 반등하는 패턴이 몇 년간 존재했다고 가정해 보면, 이 사실을 인지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가운데, 코스피가 2,000으로 떨어지면 많은 사람이 코스피를 매수할 것입니다.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1,900으로도 떨어질 수 있는 시장 분위기(매도 추세)였어도, 이 패턴을 믿는 사람들의 매수세로 반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2단계 패턴 강화는 자기 현시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3단계. 패턴의 과도한 사용
- 패턴을 이용하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수익의 기회가 점점 사라지는 단계입니다.
앞의 사례에서 처럼 연기금이나 헤지펀드가 자신의 주식 매수 포지션을 주가지수 풋옵션으로 헤지를 하는데, 그 풋옵션을 만기 3일 전에 청산하고 다음 달 만기 풋옵션으로 재매수하는 일을 매달 반복한다는 것을 아는 시장 참여자들이 더 많아졌다고 가정하면,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만기 4일 전마다 만기 옵션을 숏하고 다음 달 옵션을 롱한 채 하루를 기다릴 것입니다. 결국 만기 3일 전이 되었을 때는 헤지펀드가 팔려는 만기 직전 옵션은 너무 싸지게 되고 사려는 다음 달 옵션은 너무 비싸지게 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해당 헤지펀드의 트레이더는 눈치를 채고 매매 일자나 매매 전략을 변경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코스피가 2,000에서 반등하는 패턴을 예로 들어보면, 이 패턴을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면 2,000 근처만 가도 주식을 파는 사람이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며, 2,000까지 채 가기도 전에 반등세가 시작될 것입니다. 이때, 2,000에서 매수하지 못한 사람의 일부는 다음에는 지수가 2,100까지만 내려도 매수를 시작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그 패턴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믿음이 깨지기 전에는 2,000에서 매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물론, 코스피 2,000의 예시는 패턴 순환을 설명하기 위한 비현실적인 사고실험에 불과합니다. 다만 어떤 패턴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왜 수익의 기회가 점점 사라지는지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싶습니다.
4-A단계. 패턴 사용자의 감소
- 3단계에서 해당 패턴을 통해 얻는 수익이 점점 줄어들면 그 패턴을 따르는 사람도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위의 거대 연기금이나 헤지펀드의 옵션 헤지 예시처럼 일시적인 패턴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인 심리 편향이나 시장의 시스템적인 기제로 인해 존속할 수밖에 없는 패턴이라면, 해당 패턴을 통해 수익을 내려는 사람이 줄어들 경우 수익의 기회는 다시 늘어나게 됩니다. 그로 인해, 그 패턴을 따르는 사람이 재차 늘어나면서 수익의 기회는 다시 줄어들게 됩니다. 블루오션과 레드오션 사이를 순환하는 것입니다.
이런 순환을 보이는 패턴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인덱스 차익거래'입니다. 인덱스 차익거래(arbitrage)란 S&P500, 나스닥, 다우지수와 같은 주가지수에 편입되는 종목을 선행 매수하고, 퇴출되는 종목을 선행 매도하는 전략을 일컫습니다. 몇 년 전 '코로나19 시기'에 테슬라의 S&P500 편입을 예상한 해지펀드들이 테슬라를 대대적으로 선행 매수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주가지수에 편입될 종목을 선행 매수하면 왜 수익이 날까요?
전 세계에는 지수를 추종하는 수많은 인덱스 ETF와 인덱스펀드가 있습니다. 이러한 패시브 펀드들은 주가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운용됩니다.("주가지수 추종전략의 허와 실" 참조) 따라서, 주가지수 종목 구성과 동일하게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합니다. 2020년 12월 20일 S&P500에 포함되어 있던, A종목이 퇴출되고 그 자리에 테슬라가 편입됐다고 하면, 인덱스 ETF와 인덱스펀드는 해당 날짜 전후로 테슬라를 매수해야 하고 A종목은 매도해야 합니다. 만약, 어느 인덱스펀드가 매수 타이밍을 놓쳤고 하루사이에 테슬라의 주가가 10% 상승하여 지수도 1% 상승하였다면, 그 인덱스펀드는 지수 수익률에서 1% 뒤쳐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인덱스펀드가 해당 날짜에 테슬라를 매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헤지펀드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그들은 편입 며칠 전에 테슬라를 미리 매수한 후 당일 인덱스펀드의 매수세로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하여 차익을 남기려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위의 1단계와 2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헤지펀드들이 이와 같은 인덱스 차익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 하는 3단계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인덱스펀드는 편입 당일 10조를 매수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헤지펀드들이 이 매매에 들어와 30조를 이미 매수했다면, 편입 당일 헤지펀드들은 각자 빠져나가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인덱스펀드의 10조 매수세가 가격을 끌어올리기도 전에, 눈치 빠른 헤지펀드는 차익을 충분히 남기지 못한 상황에서도 빨리 빠져나갈 것이고, 팔지 못한 20조 물량을 들고 있는 헤지펀드들은 서로 청산하려 애쓰다가 주가 폭락과 함께 손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인덱스 차익거래에 임하는 헤지펀드의 수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인덱스 차익거래의 수익 기회가 낮아졌다고 해서, 그 패턴을 만들어내는 기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즉, 인덱스 ETF와 인덱스펀드가 주가지수에 편입 또는 퇴출되는 종목을 매매할 필요성은 여전히 있습니다. 그래서 인덱스 차익거래 영역이 포화 상태가 되어 수익성이 떨어지면, 인덱스 차익거래팀을 해체하는 헤지펀드가 늘어나고, 반대로 인덱스 차익거래를 하는 인덱스 차익거래팀의 수가 줄어들면, 다시 수익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다시 인덱스 차익거래의 팀이 늘어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게 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게 됩니다.
4-B단계. 패턴 소멸
- 인덱스 차익거래처럼 그 패턴의 저변에 지속되는 기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패턴은 일반적으로 소멸합니다.
앞에서 얘기했던 옵션 매매의 경우처럼 큰손 시장 참여자가 매매 일자나 전략을 변경하면서 해당 패턴은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저자는 차트란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적당히 즐겨야 하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 소유하려 들면 멀찍이 사라져 버리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학계에서는 기술적 분석이나 차트 패턴에 대한 논문이 수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기술적 분석은 누가 맞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 성질의 주제가 아닙니다. 차트 패턴은 고정되지 않고 순환하기에 어떤 데이터를 어떤 기간에 어떤 각도에서 보는가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차트 패턴이나 기술적 지표의 통계적 의미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은 실전에서는 무의미한 일입니다. 따라서, 성배와 같은 차트 시그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과거 수년간 지속된 패턴도 어느 순간부터 수익을 주지 못할 수도 있고, 과거 수익이 미미했던 전략이 다시 큰 수익을 줄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느 연구자가 특정 기술적 지표를 특정 기간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검증을 마쳤다 해도 그 시그널은 이미 사라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어느 차티스트가 좋은 패턴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남에게 말해주고 싶을까요? 남에게 말해주면, 당연히 그 패턴의 생애 주기가 2단계에서 3단계로 이행되면서 그 패턴에서 기인되는 초과수익의 기회는 점점 사라져 버립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당신에게 기술적 지표나 차트 패턴으로 만든 시그널을 판매하거나 전수하겠다고 한다면, 그는 차트 매매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수익의 기회가 영원히 계속되는 불변의 시그널은 없으며,
어느 시그널이든 널리 알려지고 과하게 사용되면 수익의 기회는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왜 개인이 차트 매매로 수익을 내기 힘든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대부분의 기술적 매매는 알고리즘 매매의 하위 호환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차트 매매의 본질을 잘 알고 유연하게 포커 치듯이 접근하면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러한 기술적 매매는 자동화, 시스템화된 컴퓨터의 알고리즘 영역에 장악당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개인 투자자가 퀀트, 초고빈도 매매(high-frequency trading), 알고리즘 매매 등을 본인과 상관이 없는 다른 세상 이야기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매매 중 알고리즘 매매 비율은 80% 이상입니다. 물론, 그중 많은 수는 단순 체결 알고리즘이지만, 이 수치는 알고리즘 매매가 주식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물론,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의 알고리즘 매매 비율은 다릅니다. 이 분야에서 한국의 증권업계는 미국에 수년 뒤처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퀀트 비즈니스는 금융업 중에서도 자본 집약적인 분야입니다. 미국의 시타델(Citadel)이나 DRW 같은 트레이딩회사는 초고빈도 매매를 하기 위해 뉴욕거래소 서버가 있는 뉴저지부터 시카고옵션거래소까지 미국 절반을 가로지르는 전용선을 설치했고, 이도 모자라 1,000분의 1초라도 줄이기 위해 극초단파 시설을 설치하면서 직선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경유지에 존재하는 빌딩을 매수하기까지 했습니다.
초고빈도 매매가 아닌,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나 퀀트 중장기 투자 분야에서도 프린스턴대의 천체물리학 박사를 데려와 수억 원에 달하는 기본급과 매년 수십억 원에 달하는 보너스를 주면서 팀을 유지합니다. 이렇듯 자본 집약적인 분야는 시장이 크지 않으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유지되지 못합니다. 그렇다 보니 미국의 퀀트업계와 같은 산업이 한국에서는 아직 자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금융시장의 사이즈는 거의 100배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이 차트를 보며 기억 속 패턴들을 더듬어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알고리즘 매매와 싸움조차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한국에도 뛰어난 퀀트가 존재하고, 미국계 프랍트레이딩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코스피 시장에서도 초고빈도 매매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퀀트 트레이더들은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찾으려 해도 흔적조차 찾기 힘듭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프랍 트레이딩회사는 외부 투자 자금이 아닌 자체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실력을 외부에 자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전략이 노출되거나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도끼로 자기 발등을 스스로 찍는 행동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개인 투자자들이 허술한 차트 매매를 해주어야 알고리즘을 운용하는 퀀트 트레이더들은 확률적 우위를 가지고 초과수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누군가가 잃어야, 누군가는 벌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패를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이 사람보다 우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사람의 기억과 감이 아닌, 컴퓨터 데이터를 이용하면 기술적 지표를 통계적으로 대규모로 검증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여기서 기술적 지표별로 조정해야 하는 숫자를 파라미터라고 하는데, 알고리즘은 이 파라미터를 훨씬 잘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동평균선이 과거 25일을 평균하는지, 100일을 평균하는지 등에 따라 25일 이평선, 100일 이평선으로 불리는데 여기서 일수가 바로 파라미터입니다. RSI, MACD 등 다양한 지표별 파라미터가 있고 이들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매 순간 시그널이 달라지는데 이것을 매 번 사람의 손으로 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것을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각 지표의 수익성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지표를 조합하여 시그널을 내는 것도 수월해집니다.
또한, 이러한 기술적 지표들은 결국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패턴들을 파악하기 위해 사람이 고안한 계산식들이고, 당연히 사람들의 편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미가공 데이터 자체에서 순수하고 객관적인 패턴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데이터과학업계는 눈부신 업적을 이뤘습니다.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했고, 이미지넷(ImageNet)이라는 데이터세트에서 사물을 판별하는 능력도 일취월장했으며, 자율주행 자동차는 상용화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런 혁신의 뒤에 있는 것은 딥러닝이라는, 자유도가 매우 높은 알고리즘입니다. 딥러닝이 이전의 다른 알고리즘들에 비해 훨씬 월등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알고리즘이 결과를 내는 데 필요한 인풋인 설명 변수들을 인간이 직접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자체적으로 추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면, 주어진 이미지에서 개와 고양이를 판별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꼬리의 길이' '수염의 길이' '눈동자의 모양' 등의 설명 변수를 직접 지정한 뒤, 어떤 이미지가 주어지면 해당 변수의 값을 이미지에서 추출하여, 알고리즘에 인풋으로 입력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딥러닝의 한 종류인 합성곱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의 경우, 미가공된 이미지 데이터 자체에서 스스로 여러 단계를 거쳐 설명 변수로 삼을 만한 패턴과 문양을 추출해 냅니다.
따라서, 기존의 알고리즘에 비해 딥러닝 모델이 훨씬 월등한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오히려,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을 딥러닝은 도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딥러닝은 초고빈도 매매의 영역으로 가면 계산의 복잡도로 인한 속도의 저하 때문에 많이 쓰이진 않으며, 노이즈가 매우 높은 주식시장의 특성상 무조건 자유도가 높은 딥러닝을 활용한 알고리즘이 좋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정의된 기술적 지표들에 한정되어 차트 매매를 하는 것에 비해서는 알고리즘이 많은 확률적 우위를 가지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차트 매매를 하는 집단의 승률은 어떻게 될까요?
2020년 상파울루대의 한 논문을 보면, 브라질의 데이 트레이더 1,600명을 1년간 추적한 결과 그중 97%가 돈을 잃었습니다. 2013년 대만에서 나온 논문에 따르면, 1% 미만의 개인 트레이더만 지속적인 초과수익을 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차라리 강원랜드에서 블랙잭을 하는 것이 돈 벌 확률이 더 높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열심히 차트를 공부하여 매매한 끝에 상위 1%에 포함되어 돈을 벌었다 해도 그 성공이 그다음 해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차트 매매로 성공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돈과 실패했을 때의 돈은 엇비슷할 것입니다. 더욱이 성공확률이 1%로 기댓값이 지극히 음인 게임은 도박과도 같을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면, A라는 일반적인 차티스트가 1억을 투자하여 99%의 확률로 1억을 잃고, 1%의 확률로 2억을 번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A의 기댓값은 (99% x -1억 원) + (1% x 2억 원) = -9,700만 원으로 음의 기댓값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에선 이러한 음의 기댓값을 뛰어넘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이 음의 기댓값에 고군분투하는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렇다면, 차트 매매와 같은 기술적 지표는 무용지물일까요?
-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차트 매매로 보내온 시간이 완전히 무용지물인 것은 아니라 합니다. 저의 경험을 비추어 보더라도 차트 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술적 분석을 무조건 등한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차트 매매를 하지 말라더니 갑자기 무슨 이야긴가 싶을 것입니다. 이것은 오로지 차트만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을 지양하라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확률적 우위가 있는 투자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 차트 분석과 같은 기술적 분석에 대한 지식은 당신의 투자를 더욱 정밀하고 세밀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차트 패턴으로 읽을 수 있는 수급은 분명히 주가 변화에 일조합니다. 그러나 주가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요인과 변수의 영향을 받으며 움직입니다. 따라서, 오로지 차트만 보는 투자를 하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을 보고 전체를 예측하려고 하는 아주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 어리석음은 재무제표, 회계, 거시경제, 뉴스 등을 진지하게 읽고 공부하는 노력을 하기 싫은 마음과 트레이딩의 이익과 손실에서 산출되는 도파민에 의한 쾌감에 젖어 도박을 하는 경우가 대 다수일 것입니다.
현재는 수백, 수천 가지의 기술적 분석을 전부 컴퓨터로 구현하고 자동화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자동화된 매매를 하지 않는 인간 투자자에게 기술적 분석은 다른 투자 전략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사람이 컴퓨터의 알고리즘보다 우월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성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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