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투자하는 아재"입니다. 오늘은 "8장, 개인 투자자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저와 같은 개인 투자자의 기본기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누군가의 화려한 전략과 대중적이지 않으며 쉽게 접할 수 없는 지식을 많이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투자 기법이든 기본이 되는 배경지식과 가치관이 탄탄하게 다져져야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투자 공부의 시작은 차트 매매나 퀀트 기법이 아닌, 아주 기본적인 재무제표 분석을 기반으로한, 회계 지식과 가치평가 공부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기본적인 회계 지식과 가치평가를 통해 쌓는 지식은 다양한 투자철학과 전략의 기본기가 됩니다. 개별 주식의 가치 평가에 대한 과정을 공부함은 전체적인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대한 직관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패시브 지수 추종 전략을 활용하기에도 용이합니다.
또한, 주식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은 자산 배분 전략을 구사하는 투자자에게 필수적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배분할 자산군 중에 가장 중심이 되는 자산은 주식이기 때문입니다.
퀀트 전략을 리서치할 사람에게도 재무제표, 회계, 가치평가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입니다. 의미가 없는 백테스팅을 마구 돌리는 것이 아닌 진지한 리서치를 통한 전략을 위해서는 재무제표, 회계, 가치평가등의 펀더멘털 지식에서 비롯된 전략에 대한 가설과 검증의 절차를 밟아야 할 것입니다.
저자 또한, 트레이더에서 데이터과학자로서 전환을 시도했을 때, 수학적 기초를 탄탄히 다지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합니다. 특히, 라자드 투자은행(Lazard), 켄쇼테크놀로지(Kensho Technologies), S&P글로벌에서 데이터과학자로 일하면서 저자의 모델의 정확도가 88%에서 멈춰서 어떻게 더 개선해야 할지 모를 때,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 것은 화려한 딥러닝에 대한 지식이 아닌, 본인이 사용하는 모델에 대한 깊은 수학적 이해였다고 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데이터과학자 석사 학위를 가지고 켄쇼에 입사했음에도 재직 기간 야간에 스탠퍼드대학원의 수학 수업을 추가로 들었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기본을 등한시하고 화려한 것을 좇다 벌어진 일들이었다고 합니다.
초과수익은 남들이 모르는 정보, 남들이 쓰지 않는 데이터, 남들이 쓰지 않는 전략등의 알파의 것에서 온다고 저자는 수없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기본적인 지식을 건너뛴 채, 남들이 모르는 것을 찾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남들이 모르는 것을 찾기 위해서 기본적인 것들은 제대로 마스터해야만 합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상대가치평가를 예로 들어보면, PER을 활용하고 있어도 PER을 움직이는 핵심 요소에 대해선 주가와 주당순이익이라는 표면적인 부분을 넘어 재무제표의 요소들과 연관 지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PSR 배수를 보면, 어떤 산업과 어떤 재무 구조에서 PSR이 큰 판단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지 알아야만 합니다. PER을 다중회귀분석 모델로 예측한 리포트를 볼 때는 어떤 문제를 주의해야 하는지, 그 모델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인지해야 합니다. 이는 가치투자자에 국한된 것이 아닌 퀀트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합니다. 위의 것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 채 백테스팅에 PSR, EBITA, ROE와 관련된 팩터들을 넣고 아무 생각 없이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런 일반적인 지식에 대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나서야, 비로소 본인만의 투자 전략을 정립하고 남들에 비해 더 나은 초과수익을 추구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저 또한, 이 부분에서 얼마나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기본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깊은 반성을 합니다.
앞에서 초과수익은 남들이 모르는 정보, 남들이 쓰지 않는 데이터, 남들이 쓰지 않는 전략에서 온다고 했지만, 이를 이분법적으로 "지구상에서 그 누구도 모르는 대단한 비법"이라고 극단적인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우리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닌 확률적 우위의 사고방식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저자는 퀀트업계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 르네상스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의 핵심 인력 정도의 수준이 아니면 타인이 모르는 대단한 비법을 발견해 낼 수 없을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그만한 비법이 없더라도 초과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전략이나 정보, 데이터를 바라볼 때, 대중적으로 알려졌는지 그렇지 않은지 칼로 무 자르듯 이분적법으로 나누려 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나 모르는 정보나 전략을 0으로 두고, 투자 지식이 별로 없는 개인 투자자도 아는 정보나 전략을 100으로 두었을 때, 대부분의 전략, 정보, 데이터는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도 모르는 정보나 전략인 0의 초특급 비법을 찾으려고 기초 체력을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본인의 투자관과 개념을 잘 정립하고, 이미 잘 알려진 것으로 보이는 PER, PBR, PSR, EPS, ROE, EBITA등과 같은 내재가치평가에 대한 정확하고 편향 없는 지식부터 바탕이 되어야 그때부터 더 복잡하고 남들과 차별화되는 에지(edge)를 스스로 찾아나갈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을 덮고 나면, 기초 회계부터 시작해서 "다모다란 교수의 "교과서와 같은 가치 평가 책부터 읽기를 권합니다. 이과정 후 회계 기초와 가치평가에 대한 기본기가 탄탄하게 갖춰지면, 그때부터 다양한 투자철학과 투자 전략을 경험해 보기를 권유합니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은 많은 손실을 동반하기 때문에, 잭 슈웨거의 '시장의 마법사들 시리즈'를 비롯한 투자 거장들의 삶과 철학 그리고 그들의 관점이 담긴 서적을 읽으면서 간접 경험 할 것을 추천합니다. 그 과정이 끝나고 나면 본인의 성향과 목적,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의 양, 지식적 우위가 있는 영역을 고려하여 자신만의 투자철학과 투자 전략의 방향성을 정하고 그 방향에 따는 깊은 공부와 실전을 병행하면 된다고 합니다.
기초 회계와 가치평가에 대한 지식을 탄탄히 다지고 다양한 투자철학과 투자 전략을 접해보았다는 가정하에, 다음 단계에서 고려할 점은 "본인의 확률적 우위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 내가 어떤 전장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저자는 어지간히 이공계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자동화된 퀀트의 영역은 피할 것을 권합니다. 완전 자동화된 알고리즘 매매의 영역은 확률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있어 인프라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개인이 확률적 우위를 가지기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승자독식의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들의 어설픈 퀀트 알고리즘이 하버드나, 프린스턴 물리학 박사 출신의 퀀트팀에게 압도당할 것은 분명할 것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2011년부터 개인 투자자들에게 퀀트 알고리즘 전략을 클라우드소싱하겠다는 퀀토피안(Quantopian) 플랫폼은 1,200만 명의 개인 투자자가 수천만 번의 백테스팅을 거듭했습니다. 그중 수익률이 좋고 안정적이었던 전략들을 선별하여 퀀토피안 헤지펀드가 운용되었고, 업계 최고의 헤지펀드매니저 스티브 코헨이 이를 후원했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지속적인 손실이 났고, 결국 이 플랫폼은 2020년에 셧다운 되었습니다.
물론, 이분법적으로 개인이 퀀트를 하면 절대 초과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관점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됩니다. 확률적으로 퀀트 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 중 초과손실을 내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즉,
개인 투자자가 퀀트 투자를 했을 때 얻을 초과수익의 기댓값이 마이너스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퀀트 투자에 도전한 숱한 개인 중 성공한 몇몇의 결과에 혹하게 될 것입니다.
앞의 이야기가 투자에 있어 데이터과학 도구를 비롯한 문명의 이기를 멀리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오롯이 완전히 자동화된 알고리즘 매매의 영역에서 싸우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투자철학과 투자 전략의 방향과 관련해 잘 만들어진 분석 툴이나 서비스를 얼마든지 이용해도 좋습니다. 단, 그것을 자신의 투자 전략에서 확률적 우위를 내는 원천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단언컨대, 자동화된 초과수익"을 계속해서 떠 먹여주는 핀테크 플랫폼이나 로보 어드바이저, 기업 정보 앱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정도의 훌륭한 알고리즘이나 알파였다면, 스스로가 프랍 트레이딩을 하든가 헤지펀드를 차리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한 플랫폼과 앱의 효용은 개인 투자자의 편의성을 개선해 주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확률적 우위에 리소스를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확률적 우위는 무엇일까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알고리즘의 근본적인 한계는 과거 데이터에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데이터의 개수가 많고 과거 패턴 및 데이터 분포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에서는 알고리즘이 엄청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데이터의 개수가 적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아직 인간의 성과를 이기긴 힘듭니다.
일반적으로 알고리즘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귀납적 추론"을 사용합니다. 귀납법은 관찰된 사실을 토대로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인데, "백조 100마리가 모두 하얗다는 사실을 토대로 모든 백조는 하얗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식입니다. 알고리즘에 의한 백테스팅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어떤 매매 시그널이 나올 때마다 수익을 냈다면, 미래의 비슷한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귀납적 추론의 영역에선 알고리즘이 인간을 훨씬 능가합니다. 그러나 추론을 하는 방식에는 귀납적 추론만 있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원리에서 특수한 사실을 이끌어내는 "연역적 추론"이 있습니다.
'모든 동물은 죽는다'라는 진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사람도 동물이니 사람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끌어 내는 방식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금리가 내리면 주식시장은 오른다'라는 일반적인 원리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니 주식시장은 오를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사실을 알고리즘의 귀납적 추론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금리 인하의 데이터가 매우 많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데이터의 개수는 많아야 몇십 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충분한 '통계적 유의미성'을 가지기 어렵고 추정오차도 매우 커집니다.
물론, 학계에서는 심볼릭 AI(Symbolic AI)라고 하는 "연역적 추론"을 하는 인공지능의 연구도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딥러닝이 대두하여 GPU의 병렬 처리로 인한 연산속도의 비약적인 발전과 폭발적인 빅데이터의 증가로 인한 2010년 이후부터는 딥러닝이 인공지능의 혁신을 이끌게 되었고 심볼릭 AI는 역사적 뒤안길로 잠시 사라졌지만, 최근에는 딥러닝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두 방법론이 융합하면서 알고리즘이 인간의 직관과 추론력을 능가할 날이 오겠지만, 아마 그때에는 더 이상 시장에서의 초과수익은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결국, 현시점의 개인 투자자가 알고리즘에 비해 우위가 있는 영역은 '연역적 추론'과 '정성적 분석'입니다.
거시경제를 바라보고 가치투자에서 개별 기업을 분석하고 정성적 리서치를 하는 영역에서 사람의 직관과 사고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그 영역에서는 개인이 쏟는 노동에 비례해 성과가 나옵니다.
자동화된 알고리즘 매매에서는 1,000명의 개인 투자자가 1명의 정상급 권트를 이길 수 없지만,
기업 분석에서는 최고의 실력의 정상급 애널리스트가 혼자서 개인 투자자 1,000명을 상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표준화된 가격 데이터, 거래량 데이터, 재무 데이터를 두고 경쟁하는 퀀트의 영역과는 달리, 기업 분석의 영역에서는 수많은 종목들의 수많은 획일화되지 않은 콘텍스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를 일률적으로 가치평가하거나 분석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업 분석의 영역은 알고리즘에 의한 퀀트 매매와는 달리,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한 영역이고 규모의 경제 효과도 미미하고 승자독식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아직, 월가에서는 기업 분석과 가치평가의 분야는 뱅커들이 엑셀을 활용하여 일일이 수작업합니다.
이렇듯, 기업 분석과 가치평가는 데이터과학과 알고리즘이 가장 영향력을 미치치 못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여러분들의 성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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